「요가 수트라」에서 말하는 요가수련의 두번째 단계는 다섯 가지의 니야마(Niyama)이다. 이 말은 지난 글에 소개한 첫번째 단계인 ‘야마’라는 단어 앞에 부정(否定)을 뜻하는 ‘니’가 붙어 이루어졌다. 야마의 뜻이 ‘삼가다, 억제하다’라는 뜻이므로 니야마는 그 반대인 ‘권하다’라는 뜻이 된다. 

야마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사회윤리와 도덕적인 차원의 것이라면 니야마는 이보다 한발짝 앞선 스스로 지켜야할 자기절제와 개인적인 규율이다. 

첫째, 사우차(Sauca)는 ‘순수, 청결’이라는 뜻으로 항상 몸을 정갈히 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몸의 겉면을 깨끗이 씻는 것뿐 아니라 우리 몸의 내부까지도 정화(淨化)시켜 그 순수함을 유지하여야 한다. 요가의 수련방법에는 단순히 몸을 씻는 수준이 아니라 내장, 콧속, 목구멍, 직장과 대장, 뇌와 같은 신체내부를 세척하고 정화하는 자연적이며 구체적인 방법들이 있다. 

한 예를 들어 특히 여름철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액취증(겨드랑이 땀냄새)은 씻는다고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동양의학적으로 볼 때 땀샘과 같은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심포 삼초(心包三焦)의 기운과 심장의 기운이 좋아져야 해결될 수 있다.  만성적인 입냄새 또한 단순히 청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누구나 알 것이다. 만성적인 입냄새는 대체로 위장이 안좋을 때 생기는 것으로 위장이 건강해지면 냄새도 자연히 없어진다. 늘 속이 쓰려 얼굴을 찡그리고 다니는 사람에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활기찬 실천력을 기대하기 어렵듯이 육체적인 건강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이나 수행을 위해서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의 안팎을 순수하게 정화된 상태로 만드는 것은 정신적인 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결혼식이나 제사, 추모제와 같은 인생의 중대사를 치를 때나 하늘에 제를 지내는 의례 등을 행할 때 사전에 목욕재계하며 스스로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삼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이 바로 사우차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 산토사(Santosa)는 ‘만족, 충족’이라는 뜻으로 자기 삶을 주어지는 대로 만족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이는 그냥 현실에 안주하여 노력도 발전도 없는 그런 삶의 태도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대체로 불필요한 비교와 그로 인한 과다한 경쟁에서 싹튼 것이다. 그래서 항상 쫓기듯이 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쫓기는 삶에는 스트레스만 가중될 뿐 정신적인 여유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비교와 경쟁이 거의 대부분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에 치중되어있다는 점이다. 요즘 사람들은 남보다 더 큰 차, 더 넓은 집,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지식, 더 나은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를 쓰는 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건강, 더 나은 가족간의 화목, 더 나은 삶의 지혜같은 것에는 관심이 덜 하다. 이런 부분에는 건강을 잃은 다음에야, 화목이 깨어진 다음에야 되찾으려 아둥바둥하는 현실이다.  

산토사는 단순한 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최선을 다 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생활 속의 수행이며 부처님이 말씀하신 ‘평상심(平常心)’의 실천요, 예수님이 말씀하신 ‘범사에 감사하라’가 아닐까. 이러한 삶의 태도를 가질 때 만족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고 거기에서 삶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타파스(Tapas)는 ‘포기’라는 뜻으로 금욕하라는 것이다. 타파스는 우리의 눈, 귀, 입, 코, 피부 이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을 통해 보고 듣고 먹고 냄새맡고 감촉으로 느낌으로써 생기는 모든 욕망을 조절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은 눈이 높다’라고 말할 때 한번 높아진 눈은 낮추기가 참으로 힘들다. 한번 높아진 취향과 입맛은 만족할 줄 모르고 더 화려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되고 이런 강자극의 충격으로 우리의 감각기관을 무디게 되어 갈수록 더 큰 자극을 주어야만 반응하게 된다. 

화학조미료의 예를 들어보면, 사람들에게 화학조미료를 넣지않은 음식을 먹게 하면 처음에는 뭔가 맛이 없고 간이 덜 된듯하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몇 개월이 지나면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미각이 점점 살아나서 음식 재료 본래의 맛을 느끼기 시작하여 새삼스레 먹는 재미를 느낀다. 급기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금방 알아채고 입맛이 떨어지고 먹으면 속이 거북하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의 말씀에 몸에 좋은 약일수록 쓰다고 하지않던가.

요가에서는 우리 마음에서 생기는 욕망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정보와 자극에 의해 생겨나므로 애초에 감각기관을 제어하면 욕망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서 분별력과 지혜를 가리는 욕망이 없어진다고 본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즘의 인스턴트 문화에 온통 둘러싸인 현대인에게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하여 더욱 절실한 내용이다.

넷째, 스바디야야(Svadhyaya)의 1차적인 뜻은 ‘자기자신에게로 들어가게 하다’인데 쉽게 말해서 ‘공부, 연구’의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공부하고 연구하는가? 먼저, 자아에 대한 탐구를 해야한다. 

학벌이 높고 전문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할 말이 없어지고 심지어 그런 건 철학자들에게나 맡길 노릇이지 쓸데없이 그걸 왜 해야하냐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실패와 좌절, 슬픔과 고통, 이별과 죽음, 분노와 기쁨을 당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의 근본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자신을 돌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진리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수행자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경전공부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경전공부는 단순히 지식으로서 탐구하는 그 자체뿐 아니라 그 내용을 몸소 실천하고 내면화하는 것 전체가 진정한 경전공부이다. 

다섯째, 이슈바라-프라니다나(Isvara-Pranidhana)는 ‘자재신(自在神)에 대한 기도, 자재신에 대한 헌신과 봉사’라는 뜻이다. 이것은 모든 행위를 함에 있어 이기심을 버리고 오직 진리를 염원하며 신을 위한 목적으로 하고 그 행위의 열매조차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자재신은 어떤 인격적인 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영혼을 인도하는 신이다. 종교를 믿든 안믿든 상관없이 예로부터 우리 나라 어머니들은 집에서조차 장독대에 정한수 한 사발 떠놓고 기도를 하며 자식 잘 되기를 빌고 가족의 건강을 빌었던 그 마음을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빠뜨려서는 안되는 것은 이슈바라-프라니다나가 단순히 기도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성이며 감천이라는 우리 말이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는 서양속담처럼 말 그대로 자신의 염원을 이루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과 정성을 다한 사람에게 하늘도 응답하는 것이다. 

이처럼 야마와 니야마를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요가를 수련한다면 몸의 건강은 물론이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몸만 건강한 것을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명상을 통한 높은 정신상태로의 발전도 사람으로서 지녀야할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와 성품 또한 반듯하고 맑은 상태를 지녀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현대적인 개념으로 볼 때 전인적(全人的) 교육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우리 교육에도 좋은 힌트를 준다.